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도널드 존 트럼프(Donald John Trump, 사진) 당선이 유력시 되면서 그가 내건 주요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가 대통령에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강해지고, 이는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내건 주요 공약 7가지를 소개한다.
①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트럼프 정부의 출현으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통상정책이다.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는 백인 저소득층의 지지를 이끌어 낸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자유무역주의로 미국 중산층이 줄고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됐다는 여론을 업고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인 통상정책은 다른 어떤 정책부문보다도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유지해왔던 트럼프의 가치관이다. 이를 반영한 통상정책 공약은 광범위하고 공격적이다. 트럼프는 이미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비준 반대를 공언했다. 기존의 무역협정들 때문에 미국 제조업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국과의 통상을 규제할 권한은 미 연방의회에 있다. 하지만 의회는 무역 관련 법 제정을 통해 행정부에 무역규제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 등의 무역규제 정책뿐만 아니라 환율 조작에 대한 제재, 지적재산권 보호 관련 법 집행, 국가안보를 근거로 한 수입규제 등 강도 높은 대응책을 시행할 수 있다. 트럼프가 내건 공약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런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교역 상대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한국, 중국, 독일, 일본, 멕시코 등 5개국의 미국 교역액 비중이 43%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이들 국가와의 통상마찰이 심화될 수 있다.
또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에 대해서는 아베노믹스(유동성 확대를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를 통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40% 이상 낮추는 등 환율조작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며, 자동차 및 농축산물 수입시장의 전면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펼칠 경우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있는 글로벌 환율 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전세계 무역 대국 간의 통상마찰 심화와 글로벌 환율 전쟁 본격화는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교역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② 동맹국 상호주의,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 시사
트럼프의 외교노선은 ‘동맹국에 대한 상호주의’로 평가받는다. 그는 동맹국가들이 미국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이 주둔하는 국가가 적절하게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스스로 방어하게 둘 것이라며 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의 외교정책 수립과 이행에 대한 주된 책임 및 권한은 대통령이 갖고 있기 때문에 외교정책 변화가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의 일정 부분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신 미국의 안보공약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통해 이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각 동맹’을 강조해온 만큼 일본 오키나와와 괌 기지에 있는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강경한 입장을 표현하면서도 군사적 개입보다는 중국과의 외교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개입하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기 보다는 자국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퓨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6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미국이 자국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건 주요 공약/유진투자증권
③ 불법 이민자 추방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추방 및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선별적 이민자 유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이민심사에서 사상검증 실시, 연방 이민세관국 산하 불법이민 추방 태스크포스, 비자법 강화 등에 나설 계획이다. 외국인 범죄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정책을 펼칠 방침이다. 이는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불법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인의 일자리 보호를 위한 과격한 정책들을 내놓은 배경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게티즈버그에서 열린 대중 연설에서 약 200만명의 불법 이민자를 해외로 추방하고, 이들을 다시 데려가지 않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비자를 취소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3차 대선 TV토론에선 “남쪽 국경에 대해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국경을 막아 마약이 못 들어오게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불법이민자는 2012년 기준 1100만명으로 이중 810만명이 노동, 건설, 건물 청소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전체 노동력의 5.1%에 달한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이민자들이 저임금 산업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일자리는 미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이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올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8%가 이에 동의했고, 25%만이 이민자들이 미국인으로부터 일자리를 뺏는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미국인의 54%가 ‘불법’ 이민자들이 임금을 낮춤으로써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39%만이 불법 이민자들이 저임금 노동력으로서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④ 화석연료 생산 확대...유가 하락할 듯
트럼프는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통한 에너지 독립을 주장해 왔다. 미국내 원유 생산량을 늘려 석유수출국기구(OPEC)로부터 수입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파리기후협약 백지화, 키스톤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 화력발전 억제를 위해 도입한 모든 규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는 미국인들의 생각과도 일부 들어맞는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미국인은 과반수 이상이다. 미국의 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에 의하면 ‘기후변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very serious problem)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45%로 나타나 전세계 중간값인 54%보다 낮았다. 즉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느끼는 미국인이 55%라는 이야기다.
또 원유시장 내 미국의 영향력은 2010년 이후 눈에 띄게 확대됐다. 셰일오일 생산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미국이 세계 원유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8.2%에서 2015년 13.9%로 급격히 커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와 함께 3대 생산국으로 도약했다. 트럼프의 경제팀에는 석유기업 콘티넨탈 리소시스의 최고경영자인 해롤드 햄이 포함됐다. 콘티넨탈 리소시스는 미국 노스다코타주에 바켄 셰일 유전을 갖고 있다. 이는 트럼프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 되면서 미국 내 원유 공급 확대 압력이 높아지고 유가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분쟁이 심화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여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⑤ 금리인상 반대, 볼커룰 폐지
트럼프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정치적 중립성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그 기저에는 금리를 올리면 미국 경제가 나빠질 수 있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트럼프는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오바마 행정부의 인기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난하며, 옐런의 임기가 만료되면 즉각 다른 인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내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트럼프는 금융규제와 관련해 모두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업무를 엄격하게 분리하는 글래스 스티걸법(Glass-Steagall Act, 1999년 폐지) 부활에 찬성한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겸업화 때문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투자은행의 부실이 상업은행으로 확대되면서 위기가 확산된만큼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겸업화에 반대입장을 펴왔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된 도드 프랭크법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다. 금융회사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지역 소규모 은행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볼커룰(Volcker Rule)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볼커룰은 미국 내 은행과 은행계열사가 자기 계정의 증권, 파생상품 거래와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와 특수관계를 맺거나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볼커룰이 폐지되면 많은 은행들이 자기자본거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⑥ 법인세 대폭 감세, 상속세 폐지
트럼프는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단 법인세를 기존 35%에서 15%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인 소득세는 현행 소득세율 7단계에서 3단계인 12%, 25%, 33%로 간소화하고,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9.6%에서 33%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또 상속세를 폐지하고 해외 수익금을 미국으로 들여올때 적용되는 세금도 35%에서 10%로 내리겠다는 방침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시행되면 미 연방정부의 예산은 1조달러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미 연구기관인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에 따르면 트럼프의 공약대로 이행되면 현행 5조5000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은 약 4조4000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감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포부다.
⑦ 오바마케어 폐지, 보험료 인하
트럼프는 미국 의료비 지출이 과다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보험료 인하를 통해 의료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의료비 지출은 높은 수준이지만 효율성은 낮다. 미국은 주별로 보험체계 및 요율이 달라 주별 보험시장이 따로 존재하는데, 트럼프는 주간 보험규제를 없애고 민간보험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보험료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보험시장을 단일 시장으로 만들 경우 보험업체들간의 경쟁을 통해 보험료가 내려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트럼프는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바마케어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저소득층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하고, 의료보험 미가입시 벌금을 부과해 전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되도록 하는 정책이다. 미 의회예산국의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케어를 유지할 경우 향후 10년간 5160억달러 규모의 예산부담이 있을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는 법인세와 상속세 등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예산부담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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