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군드라흐·빌 그로스 등 전망 줄줄이 빗나가
[ 뉴욕=이심기 기자 ] 뉴욕증시 3대 지수(다우, S&P500, 나스닥지수)가 11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비관론자들의 체면이 구겨졌다.
월가의 대표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하락장을 예상해 “주식을 팔고 현금을 확보하라”고 투자자들에게 권고했지만 주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발표한 단기 투자 보고서에서 “기업 이익 증가세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증시가 올랐다”며 “특히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S&P500지수의 단기 급등은 어렵다”고 관측했다.
한때 ‘채권왕’으로 불린 빌 그로스(오른쪽)는 최근 수개월간 “채권과 주식을 피하고 금과 부동산을 노려라”며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보냈다. 지난 6월에는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가 세계적으로 10조달러를 웃돌자 국채시장을 폭발 직전의 초신성에 비유했다. “하루 만에 대폭발(대폭락)할 수 있다”고 국채가격 거품을 경고했다.
‘신(新)채권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더블라인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군드라흐(왼쪽)도 지난달 말 “현재로서는 그 어느 것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모든 것을 팔라”고 주장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조차 증시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증시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며 보유 중인 44억달러어치의 애플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닥터 둠’ 마크 파버는 미국 증시가 반 토막 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불과 이틀 전인 9일 경제전문 채널인 CNBC에 나와 “그동안 주가가 자사주 매입이나 인수합병(M&A) 등에 힘입어 상승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S&P500지수가 5년간의 상승분을 반납하고 현재의 절반 수준인 1100선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지펀드업계 대부이자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조지 소로스와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 등도 약세장을 점쳤지만 빗나갔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주요 자산가격이 부풀려져 있다는 인식에도 고용 등 탄탄한 경기지표와 넘치는 유동성(돈)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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